4. 기자쟁선, 선수를 잡아라
어떻게 보면 인생은 정말 불공평하다. 어떤 사람은 돈, 지위, 명예, 건강, 행운 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때로는 불행의 씨앗만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 사실은,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활용한 사람은 결국 원하는 것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지만, 허비하는 사람은 인생에서 아무 것도 달성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기자쟁선(棄子爭先)이란 선수(先手)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수란 상대방에게 응수하도록 한 후에 먼저 다른 곳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수를 말한다. 바둑에서도 실력이 높건 낮건 흑과 백이 교대로 한 수씩 둘 수 있다는 점에서는 평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소중하게 주어진 한 수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결국 이기지만 매번 작은 곳에 한 수를 허비하는 사람은 지게 되는 것이다.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해야
부자 기업이건 가난한 기업이건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시간에 의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경 변화를 한발 앞서 읽어내는 것(Input)은 물론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하여(Throughput), 신속한 대응 전략을 실행하는 것(Output)이 필요하다. 고객에 대한 접점 확대를 통한 적극적 변화 감지 능력, IT의 활용을 통한 조직 내 정보 흐름의 활성화, 권한 이양을 통한 의사결정 단계 최소화 등은 기자쟁선에 의한 경쟁 우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손 따라 두면 바둑 진다’는 격언이 있는데, 상대방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계속 끌려 다니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얘기이다. 성공적인 기업이 되려면 단순히 경쟁자들이 만들어 놓은 시장의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며, 시장이 없는 것도 미리 개척하고 만들어 나가는 생각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가 시장의 비전을 선도할 만한 충분한 통찰과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는 결단을 발휘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자쟁선의 원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제품의 성능은 끊임없이 개선되면서도 가격의 하락속도는 지속적으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1998년 가정용 PC 시장을 겨냥하여 Aptiva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선도자에 대한 빠른 추종(Fast Follower)을 기본 전략으로 표방했다. 즉 Dell이나 Compaq에 시장 선도의 역할을 내어 주는 대신 2~3주 내에 동등 가격의 동등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신제품이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1~2주에 지나지 않아, Aptiva는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직면하였고 수익 창출이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IBM은 PC 소매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된다.
삼성, LG 등 한국의 전자 기업들은 원천 기술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될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일본과 미국의 선진 기업들이 수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한국 기업들은 이를 역이용하여 설비투자나 사양 결정 등에서 신속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이들을 앞서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바둑에서 배우는 경영 전략
조은성 | 2004.09.17 | 주간경제 7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