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득탐승, 너무 이기려고 욕심내지 말라
바둑은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부득탐승(不得貪勝)은 이기려고 욕심을 내지 말라는 충고이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이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이 바둑이고, 인생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상대방에 대한 분노라거나 ‘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수반한다. 이런 마음은 마치 안경에 낀 서리처럼 자신의 시야를 가려 상대에게 지기 이전에 스스로 무너지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일본 바둑사에는 결승 대국에서 3연패한 후 4연승을 거두는 대역전의 드라마가 모두 다섯 번 있었는데, 그 중 조치훈 9단이 주인공이었던 경우가 4차례라고 한다. 이런 역전 드라마의 뒤에는 부득탐승의 교훈이 숨어져 있다. 3연패를 당한 사람은 승패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하지만 3연승을 한 사람은 한 판만 더 이기면 부와 명예를 손에 넣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승부에 눈이 멀게 되면 참아야 할 때 무리한다거나 과감하게 공격해야 할 때 몸을 사리게 되는데, 이럴수록 오히려 이기기는 어려워진다.
경쟁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해가 되기도
경영에서도 경쟁에서의 승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경쟁사와의 관계가 네가 살면 내가 죽는 식의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때로는 협력해야 하는 동업자 관계임을 망각하기 쉽다.
최근 한국 야쿠르트가 파스퇴르 유업을 전격 인수함에 따라 유가공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파스퇴르는 87년에 ‘저온 살균 우유’를 도입하면서 다른 우유를 가짜 취급하는 공격적인 출시전략을 펼친 바 있다. 파스퇴르 우유의 성공은 언뜻 경쟁사들에게 손해만 끼친 것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파스퇴르가 프리미엄 우유 시장을 열어준 덕분에 고마진 우유의 출시가 이전보다 한결 쉬워진 것이다. 반면, 파스퇴르는 타 회사의 우유에 체세포가 섞여 있다며 이를 ‘고름 우유’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신문 1면을 뒤엎는 고름 논쟁은 결국 파스퇴르의 패소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떠나 소비자들이 우유 소비를 꺼림으로써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경쟁사를 이기려는 마음이 경쟁사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독점에 가까운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회사들은 자칫 경쟁자들을 절망적인 상태로 빠뜨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약한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더욱 강한 경쟁자를 불러오는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1970년대 Basch and Lomb사는 컨택트 렌즈 시장에서 시장을 독식하려는 조급한 마음에 저가 전략으로 경쟁자들을 도산에 빠뜨렸으나, 오히려 해당 기업들이 Johnson & Johnson과 같은 더욱 큰 기업들에 인수됨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어렵게 한 사례도 있다.
바둑에서 배우는 경영 전략
조은성 | 2004.09.17 | 주간경제 798호